
woori
인생이라는 이름의 선물, 그 안에
我(우리)
에세이
어느덧 세월이 흘러 우리의 삶에도 깊은 그늘과 따스한 햇살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황혼이 찾아왔습니다. 빛바랜 사진첩 속 풋풋했던 청춘의 얼굴을 마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리는 서로의 주름진 손을 맞잡고 새로운 계절을 함께 걷고 있습니다. 이 앨범은 그 길 위에서 마주한 우리의 두 번째 봄, 그리고 그 봄이 담아낸 찬란한 순간들의 기록입니다.
우리의 삶은 마치 오래된 나무와 같았습니다. 함께 심은 씨앗이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때로는 거센 비바람을 맞기도 했지만, 서로의 그늘이 되어주며 묵묵히 버텨왔습니다. 젊은 날의 사진 속에는 치열했던 삶의 흔적과 함께 빛나는 눈빛이 남아있습니다. 그 눈빛은 서로를 향한 변함없는 믿음이었고, 함께 그려갈 미래를 향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계절을 지나온 우리의 모습은, 이제 풍파를 견딘 나무처럼 단단하고 깊은 향기를 품고 있습니다.
이 앨범 속 사진들은 그 향기를 담아냈습니다. 화려한 만개 대신 고요한 미소가, 뜨거운 열정 대신 잔잔한 평화가 가득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길, 서로를 향한 따뜻한 눈빛, 아무 말 없이 맞잡은 손의 온기까지. 이 모든 순간들이 바로 우리가 함께 가꾼 삶의 정원에서 피어난 꽃들입니다. 세상이 가장 화려한 꽃을 쫓을 때,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꽃을 함께 피워냈습니다. 이 사진들은 그 소박하고도 위대한 아름다움을 증명합니다.
우리의 사랑은 더 이상 격정적인 언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서로의 숨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하고,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깊은 고요함이 있습니다. 한평생을 함께하며 쌓아온 그 시간의 무게는,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단단한 신뢰와 익숙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당신이 있기에 나의 삶은 온전하고, 내가 있기에 당신의 삶은 따뜻합니다. 이 앨범은 그 진리를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앨범의 마지막 장은 닫히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될 테니까요. 그 길 위에서 마주할 모든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우리만의 아름다운 사진들로 채워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라는 앨범은, 영원히 계속될 단 하나의 걸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