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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urest Season"

미완성인 채로 빛나는 나

에세이

나는 가끔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둔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봅니다. 빛바랜 종이 위로 해맑게 웃고 있는 앳된 얼굴들. 그 사진 속에는 교복 치마를 입고, 앞머리가 삐뚤빼뚤했던 내가 서 있습니다. 그때의 나는 세상의 모든 고민을 다 짊어진 듯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고, 사소한 일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곤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시절의 내가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지. 세상의 어떤 색깔도 덧칠되지 않은 새하얀 도화지 같았다는 것을. 늦은 밤까지 별자리를 외우고, 시험이 끝난 후 친구들과 함께 먹었던 컵라면 한 그릇에 세상 전부를 가진 듯 행복했던 날들. 서툴렀던 첫사랑의 설렘과, 작은 오해로 친구와 토라졌던 가슴앓이마저도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의 조각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향해 그렇게 달려갔던 걸까요? 무작정 미래를 꿈꾸며 달음박질치던 우리들의 발걸음은 불안했지만, 결코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함께 웃고 울었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거친 세상 속으로 뛰어들 용기를 가질 수 있었으니까요.

사진 속의 나는 지금의 나를 바라보며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그때와는 다른 깊은 눈빛과, 세상의 무게를 견뎌낸 단단함을 발견하겠지요. 하지만 나는 그 시절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의 너는 충분히 아름다워. 굳이 서둘러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이 앨범은 나의 10대가 남긴 마지막 엽서입니다. 가장 순수했고, 가장 뜨거웠던 나의 계절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그리고 지금의 내가 잠시 길을 잃을 때, 다시 돌아가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안식처입니다. 앨범을 덮는 손끝에, 그 시절의 아련한 바람이 다시 한번 불어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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